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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현상.

원어명 Doppelganger(독)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분신·생령·분신복제' 등 여러 용어로 쓰이지만, 자신과 똑같은 환영을 본다는 뜻에서는 차이가 없다. 예부터 분신·환영과 관련된 이야기는 독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 오고 있는데, 지역에 따라서 상징이나 의미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죽음과 관련된 것이 많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거나 자신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에 생기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나타나며, 자신의 실제 성격과 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평소 자신이 바라던 이상형 혹은 그 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상적인 사람도 지나치게 자아도취가 심할 경우 스스로 그러한 환영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무협소설을 자주 읽는 사람이 날아다니면서 검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또 분열된 대상을 보는 것은 머지않아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암시하는 징조로 해석하기도 하는 등 도플갱어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주 다양하다. 이 때문에 도플갱어는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 각종 예술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이용되어 왔다. 스티븐슨(R.L.B. Stevenson)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도 도플갱어 이야기를 변형시킨 작품이고, 똑같지만 다른 두 여인을 통해 이데올로기로 나누어진 두 개의 유럽을 그린 폴란드 감독 키에슬로프스키(Krzysztov Kieslowski)의 정치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1991)도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밖에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黑澤淸]의 《도플갱어》는 소심하면서도 불안감에 휩싸여 사는 과학자가 악마적 분신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의식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위험하고도 매력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환상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